어릴 적 우리는 놀이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관계를 맺으며 자신을 발견했다. 모래성을 쌓고, 숨바꼭질을 하며, 가
상의 인물을 만들어 역할극을 했던 순간들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었다. 놀이란 우리의 내면에 자리한 불꽃과 욕망
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우리는 놀이 속에서 협력과 경쟁을 배우고, 실패와 성공을 안전하게
경험하며 자신만의 감각과 세상과의 관계를 형성해갔다.
그러나 어른이 되면서 우리는 점차 현실의 무게 속에 갇혀 놀이의 본질을 잊곤 한다. 책임과 성취, 효율성이라는
기준에 익숙해지며 놀이란 사소한 여흥이나 쓸모없는 시간 소비로 여겨지기도 한다. 나는 여전히 놀이가 지닌 자
유로움과 창의성이 인간 내면을 탐색하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필수적이라 믿는다. 놀이 속에서는 다양한 시도
가 허용되고, 실패조차도 배움이 된다. 우리는 예상치 못한 가능성을 발견하며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방향을 찾아간다.
또한 사람마다 고유한 에너지와 놀이의 방식이 있다.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고, 누군가는 음악을 연주하며, 또 다
른 누군가는 글을 쓰거나 몸을 움직인다. 이처럼 각자의 놀이를 가진 사람들이 더불어 함께 살아간다. 서로 다른
놀이가 섞이고 어우러지며 우리의 삶은 한층 더 풍성해진다. 타인의 놀이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만의 놀이도 더 깊이 있게 발견하게 된다. 각자의 고유한 리듬과 감각은 함께할 때 더 넓은 공동체적 에너지
를 만들어낸다.
결국 우리의 삶은 각자가 자신만의 무대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고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우리는 때로
주인공이 되고, 때로는 조연이 되며, 상황에 따라 새로운 인물을 연기한다. 이러한 놀이와 역할놀이는 우리를 끊
임없이 변화시키고 확장시킨다. 그 과정에서 마주치는 기쁨과 슬픔, 실패와 성공은 모두 우리를 성장시키는 중요
한 요소다. 그래서 우리는 주저하지 말고 다시 놀이의 세계로 들어가야 한다. 그곳에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가능
성과 내면 깊은 곳에 숨겨진 진짜 ‘나’가 기다리고 있다. 인간의 삶이란 결국 놀이를 통해 꿈을 향한 여정을 지
속하며 스스로와 타인을 이해하고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가는 과정인 것이다.